결국에는 기존에 넣던 한화생명 보험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정리를 미뤘다

결국에는 기존에 넣던 한화생명 보험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정리를 미뤘다

통장에서 다달이 빠져나가는 보험료를 확인하고 시작한 일

그동안은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매달 12만 원 정도가 뭉텅이로 나가는 통장이 하나 있는데, 이게 몇 년 전 엄마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가입해 준 한화생명 상품이랑 내가 나중에 필요할 것 같아 추가한 실손보험이 섞여 있는 계좌였다. 가끔 뉴스에서 보험료 다이어트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올 때마다 ‘나도 한번 내역을 싹 다 뜯어보고 불필요한 건 정리를 해야 하는데’ 싶었지만 귀찮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지난 주말에 문득 통장 잔고를 보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먹고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무슨 대단한 보장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었을 뿐이다. 어떤 게 중복되어 있고 어떤 게 나한테 쓸데없는 항목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다이렉트보험비교사이트에 접속해서 겪은 본인인증의 번거로움

노트북을 켜고 일단 인터넷 포털에 검색을 해봤다. 요즘은 다이렉트보험비교사이트 같은 곳에 들어가면 한 번에 내가 기존에 가입해 둔 내역이랑 다른 회사 상품들의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하길래 꽤 기대를 했다. 그런데 첫 화면부터 본인인증을 하라는 창이 계속 뜨면서 나를 괴롭혔다.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예전에 USB에 받아둔 파일 찾느라 10분 넘게 책상 서랍을 뒤지며 헤맸고, 겨우 로그인했더니 이번에는 보안 프로그램을 서너 개나 추가로 설치하라고 브라우저 창이 깜빡거렸다. 설치하고 나니 화면이 새로고침되면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본인인증을 해야 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짜증이 밀려왔다. 뭐 하나 내 돈 주고 내 정보 조회하겠다는데 왜 이렇게 간편하지 않고 번거롭게 만들어 놨는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핸드폰으로 금융인증서까지 켜서 겨우 로그인에 성공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막혀버린 지점

조회된 내역을 보니 내가 가입한 것들이 주르륵 뜨는데, 적혀 있는 용어부터가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 예전에는 다 똑같은 보험인 줄 알았는데, 한화생명 같은 생명보험사 상품이랑 다른 손해보험사 상품이 보장해 주는 성격이 뭐가 다른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대충 포털에 물어보니까 생명보험은 계약된 사망이나 큰 질병에 정해진 금액을 주는 정액 보상이 많고, 손해보험은 실제 내가 병원 가서 낸 치료비만큼 비례해서 보상해 주는 실손 개념이 크다고 하는데, 내가 가진 계약서의 특약들을 보니까 질병 후유장해니 뇌혈관 진단비니 하는 단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머릿속이 엉망이 됐다. 5만 원대짜리 괜찮은 실비 하나만 제대로 쥐고 있으면 될 것 같았는데, 왜 굳이 예전에 비싼 특약들을 잔뜩 넣어놨는지 그때의 결정이 후회스러웠다. 비교 사이트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다른 회사 견적을 뽑아보려고 해도, 내가 지금 가진 특약 구성이랑 완전히 똑같이 맞춰서 비교할 수 있는 툴이 없어서 단순 가격 비교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홈쇼핑암보험 광고를 보고 가입했던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더 어이없었던 건 몇 년 전에 주말 늦은 밤에 TV를 보다가 충동적으로 가입했던 홈쇼핑암보험이었다. 쇼호스트가 나와서 “오늘 방송 중에만 이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하고 나중에는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며 엄청나게 다급하게 말하길래 홀린 듯 전화를 걸어 가입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월 3만 원 정도라 커피 몇 잔 안 마시면 된다는 생각에 큰 부담 없이 넘겼는데, 지금 와서 상세 내역을 뜯어보니 3년마다 갱신되는 갱신형 상품이라 나이가 들수록 내가 내야 할 돈이 계속 불어나는 구조였다. 게다가 암 진단비도 내가 생각한 일반적인 암이 아니라 소액암이나 유사암 같은 것들은 보장 금액이 아주 쥐꼬리만큼 설정되어 있어서 정작 큰 병에 걸렸을 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왜 그때는 가입 권유 전화를 받으면서 이런 중요한 사항을 대충 흘려듣고 서명했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2시간 동안 모니터 화면의 숫자와 한글을 번갈아 쳐다보며 내역을 대조하다 보니 눈만 침침해지고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결국 하나씩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을 포기하고 덮어버린 이유

결국 그날 오후 내내 씨름을 하다가 아무것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노트북 창을 닫아버렸다. 기존에 유지하던 걸 해지하자니 여태까지 꼬박꼬박 낸 원금이 아까워서 피눈물이 날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타자니 지금 내 나이와 건강 상태에서 새로 가입하면 오히려 옛날보다 불리한 조건이 될까 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조언 글들을 읽어봐도 대부분은 은근슬쩍 자기 카카오톡 아이디를 남기며 상담을 유도하는 광고글들뿐이라 신뢰가 가지 않았다. 진짜 객관적으로 나한테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다 쳐내고 싶은데, 그 적정선을 찾는 게 일반인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어렵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냥 예전처럼 매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도록 방치해 두기로 했다. 다음 달에 또 출금 문자가 오면 속이 쓰리겠지만, 당장 이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보장 내역들을 하나하나 분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댓글 4
  • 처음부터 인터넷 검색이 이렇게 복잡했으면 그냥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했을 텐데…

  • 홈쇼핑암보험 가입 당시 급한 마음에 설명을 제대로 안 들었나 봐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어리석었던 것 같아요.

  • 홈쇼핑암보험 광고 진짜 함정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리석게 결정했던 것 같네요.

  • 요즘 보험 설명서를 보면 정말 어려운 단어들이 많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 때문에 오히려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