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소식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민안전보험
며칠 전 우편함에 꽂혀 있던 구 소식지를 무심코 들춰보다가 구민안전보험이라는 걸 보게 됐다. 사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요즘이야 워낙 여기저기서 챙겨야 할 보험이 많다 보니 대충 훑고 지나가려 했는데, 상해 입원 의료비 보장 항목이 눈에 띄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년 가을쯤 동네 뒷산을 오르다 발목을 크게 다쳐서 일주일 정도 입원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실손보험으로 어느 정도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중복으로 지원이 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진 거다. 실손보험 가입자도 상해 입원 의료비는 15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차피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안 챙기면 손해라는 생각에 일단 홈페이지부터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그냥 이름만 넣으면 나오는 줄 알았더니 구민임을 증명하고, 사고 경위서를 적어야 하고, 뭐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보험금 청구 서류 준비하다가 하루 다 갔다
문제는 서류였다. 입원 확인서부터 진단서, 그리고 사고 일시와 장소가 명확히 기재된 서류들을 떼야 했다.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어 발급을 요청하는데, 벌써 몇 달이 지난 일이라 의무기록실에서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병원까지 가는 길도 귀찮았지만, 보험 청구를 위해 굳이 시간을 내서 방문하는 과정이 묘하게 번거롭게 느껴졌다. 병원비도 꽤 들었던 터라 15만 원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였다. 서류를 떼고 나서 보험사 접수 페이지에 파일을 올리려는데, 용량이 너무 크다고 해서 다시 줄이고, 다시 올리고를 반복했다. 이럴 거면 그냥 안 받을까 싶기도 했다. 예전에 들었던 메리츠화재 간병인 보험이나 뇌심장 쪽 관련해서 설계 고민할 때도 서류 때문에 진을 뺐던 기억이 겹치면서 괜히 짜증이 났다.
사고 경위서 작성의 늪
가장 난감했던 건 사고 경위서였다. 그냥 ‘등산하다 발목을 다쳐서 입원했다’고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그리고 어떤 상태였는지 상세하게 적으라고 되어 있었다. 이게 등산 보험처럼 정형화된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구청에서 운영하는 보험 항목을 찾아내서 청구하는 거라 더 그랬나 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작년 10월 중순쯤이었고, 도봉구 쪽 산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졌던 것 같다. 대략 15만 원 정도를 받으려고 이렇게까지 서류를 뒤적거려야 하나 싶어 현타가 살짝 왔다. 그래도 막상 떼어놓은 진단서가 아까워서라도 끝을 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3년 이내면 청구가 가능하다니 조금 천천히 해도 됐을 텐데, 괜히 오늘 다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다.
실손보험이랑 비교하면 좀 아쉬운 느낌
물론 이 보험이 실손보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 15만 원이면 입원할 때 드는 1인실 차액이나 병원 식대 같은 걸 조금 보태는 정도지, 큰돈은 아니니까. 실손보험에 비하면 보장 범위도 좁고 절차도 훨씬 더 수동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끔 심뇌혈관 보험이나 암 진단비 같은 3대 진단비를 알아볼 때 느꼈던 그 막막함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귀찮음이다. 뇌 질환이나 심장 쪽은 나중에 병원비가 훨씬 많이 나올까 봐 미리 대비하는 느낌이라면, 이런 구민안전보험은 ‘내가 이런 혜택을 놓치고 있나?’ 하는 억울함을 덜어내기 위한 과정 같다. 사실 주변 지인들에게 말해봐도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구청 홈페이지를 꼼꼼히 뒤져보는 사람만 가져가는 정보라는 게 조금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청구하고 나니 묘하게 찜찜한 기분
결국 서류 제출을 모두 마쳤다. 제대로 접수가 된 건지, 아니면 보완 요청이 올 건지 아직은 모른다. 문자로 접수 완료 메시지를 받았는데, 왠지 서류가 미비해서 다시 병원에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전에 다른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도 서류 한 장이 부족해서 한참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 이번에도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15만 원이라는 돈이 작다면 작지만, 이런 서류 뭉치를 떼어 나르는 수고를 생각하면 보상이라는 기분보다는 숙제를 끝낸 기분에 가깝다. 나중에 혹시라도 뇌심장 관련으로 큰 병이 생기면 그때는 이런 수준의 보장으로는 택도 없을 텐데,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정작 지금 당장 챙길 수 있는 이런 작은 보험금에 매달리는 내 모습이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일단은 기다려봐야겠다. 돈이 들어올지, 아니면 ‘서류가 부족하니 다시 제출하세요’라는 연락이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