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갑자기 아버지가 타시는 차를 내가 며칠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원래는 별생각 없이 그냥 운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보험 범위를 확인해보니 부모님 한정으로 되어 있어서 당장 내 이름으로 추가 운전자를 넣거나 임시로 보험을 가입해야 했다. 평소에는 다이렉트 보험이니 뭐니 해서 인터넷으로 쉽게 가입하는 것 같던데, 막상 내가 급하게 하려니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화면이 평소보다 훨씬 복잡해 보였다.
보험사 앱 설치와 본인 인증의 늪
처음에는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광고하는 원데이 보험 같은 걸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내 차가 아니라 부모님 명의의 차량이라서 내가 임의로 보험을 넣으려니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로웠다. 일단 부모님께 전화해서 증권 번호가 뭔지 물어보고, 앱을 몇 개나 깔았는지 모르겠다. 어떤 곳은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한참을 씨름했다. 인증서가 갱신된 지 좀 되어서 노트북에 옮겨놓은 걸 찾느라 거의 30분은 허비한 것 같다. 그냥 보험 하나 가입하는 건데 왜 이렇게 절차가 꼬이는지 중간에 그냥 안 타고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동차 보험 당일 가입의 함정
결국 몇 군데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당일 가입’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보험료가 대략 2만 원에서 3만 원 사이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싼 건지 비싼 건지 체감이 잘 안 됐다. 그냥 급하니까 카드 결제를 바로 진행했다. 결제 버튼을 누르는데 갑자기 팝업창이 떠서 다시 인증을 요구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짜증이 났다. 이미 본인 인증을 했는데 왜 또 결제 단계에서 복잡하게 만드는 건지. 게다가 법인 차량도 아니고 개인 차량인데도 입력해야 할 정보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차대번호랑 엔진 번호까지 확인하느라 아파트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왔다.
기다림의 미학은 없던 보험 적용 시간
보험료를 결제하고 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약관을 대충 훑어보니 가입한 당일 특정 시간 이후부터 보장이 된다거나, 아니면 가입 후 1시간 뒤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당장 30분 뒤에 출발해야 하는데 가입은 1시간 뒤에 적용된다고 하니 뭔가 찜찜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상담원 연결은 대기 시간이 10분이 넘어가길래 포기했다. 그냥 마음 편하게 한 시간 뒤에 출발하기로 하고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나 한 잔 마셨다. 커피값 5천 원이 보험료보다 더 아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당일 가입
결국 차는 잘 빌려 탔고 사고도 없었지만, 그날 하루는 뭔가 쫓기는 기분이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려고 그렇게 시스템을 만든 거겠지만,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번거로운 과정이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차라리 미리미리 부모님 보험에 운전자를 추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훨씬 저렴하고 절차도 간단하다던데, 왜 나는 사서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내가 가입한 보험 상품 말고도 다른 옵션들이 더 많았는데, 굳이 비교해보지는 않았다. 또 비교하다 보면 머리만 아플 것 같아서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남겨진 궁금증과 미묘한 피로감
가입하면서 보니 내 나이대나 운전 경력에 따라 보험료가 확확 바뀌는 게 눈에 보였다. 나이가 더 들면 싸질까 싶어 조회해 봤는데, 사실 보험이라는 게 사고가 나기 전에는 무조건 돈을 버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번에 가입한 보험이 정말 필요한 보장만 쏙쏙 골라 들어간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가입 완료’라는 메시지 하나만 보고 안심했는데, 막상 사고가 났으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지 가끔 의문이 든다. 어쨌든 무사히 끝났으니 다행이긴 한데, 다음번에도 이렇게 당일 보험을 찾아 헤매야 한다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차대번호랑 엔진 번호까지 확인하느라 사진 찍으러 내려갔다 왔네요. 제가 전에 렌터카 빌릴 때도 그런 요구사항이 많았었는데, 그때도 똑같은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