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찾아온 설계사님과 커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

집으로 찾아온 설계사님과 커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

지난주에는 갑자기 예전에 가입했던 보험을 한번 점검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어떤 보험을 몇 개나 들고 있는지, 매달 정확히 얼마가 빠져나가는지 세세하게 들여다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 예전에 지인이 권유해서 가입했던 것도 있고, 사회 초년생 때 아무것도 모르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상품들도 있었으니까. 이번에 만난 분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인데, 굳이 사무실까지 안 가고 그냥 우리 집 근처 카페에서 잠깐 얼굴이나 보자고 하셔서 나갔다.

쌓여있던 보험증권과 묘한 불안감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시키고는 내 휴대폰에 깔린 앱을 켜서 보험 목록을 쭉 훑어봤다. 예전에는 종이 증권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은 그래도 앱에서 한 번에 볼 수 있으니 그건 참 편해졌다. 그런데 막상 화면에 뜨는 낯선 상품명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왜 이걸 가입했었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옆에 앉은 설계사님은 내 보험들을 하나씩 보더니, 요즘은 수술비 보험이나 암 진단비 같은 부분을 다시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실 보험 회사 순위 같은 걸 따져본 적도 없었고, 그냥 이름 들으면 알 법한 대형 보험사 상품이면 다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분석해 보니 중복된 부분도 있고, 정작 필요할 것 같은 보장은 작게 잡혀 있는 게 눈에 보였다. 특히 십 년 전쯤 가입한 상품은 만기 환급금 때문에 가입한 건데, 지금 와서 계산해보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돈만 묶어두고 있었나 싶어 씁쓸했다.

알릴 의무를 대하는 애매한 마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에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가 화두에 올랐다. 보험 가입할 때 알릴 의무라는 게 참 까다롭지 않나. 가벼운 치료라도 며칠간 다녔다면 다 고지해야 한다는데, 사실 3년 전쯤 동네 이비인후과에 며칠 다녔던 걸 일일이 다 기억해서 말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었다. 설계사님은 너무 사소한 것까지 다 적으면 심사에서 거절되거나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조언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괜히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 지인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서류 미비로 반려되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어서, 보험사 측에서 꼬투리를 잡을 만한 건 아예 안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다 말하겠다고 했더니, 설계사님 표정이 조금 곤란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게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참 어려운 부분이다.

보험 해지와 재가입 사이의 고민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를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새로운 상품은 보장 범위도 넓고, 무엇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실손 위주의 구성이라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장 내는 보험료가 조금 더 오르는 게 문제였다. 매달 고정 지출이 늘어나는 건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해지 환급금을 조회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찍혀 있어서 한숨이 나왔다. 지난 몇 년간 내가 낸 돈은 다 어디로 간 건가 싶기도 하고. 결국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냥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니 저녁 8시가 넘었고, 냉장고에 든 맥주 한 캔을 따서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남는 의문

요즘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곳에서도 펫보험이나 간단한 보험을 추천해주던데, 굳이 이렇게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서 복잡하게 설명 듣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떤 기사에서는 대형 보험사들이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면서 비대면 가입을 권장한다고 하던데, 나 같은 사람은 여전히 종이 서류와 대면 상담이 더 편한 걸 보면 시대에 뒤처지는 건가 싶기도 하다. 보험료가 10만 원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결정하는 게 뭐라고 이렇게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는지. 사실 보험 가입 사은품으로 받은 주방 세트나 작은 상품권 같은 것들을 챙기는 것도 이제는 예전처럼 즐겁지 않다. 그냥 나중에 정말 아플 때, 아무 문제 없이 보험금을 100% 받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의 이 고민이 과연 나중에 옳은 선택으로 기억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결론 없는 하루의 마무리

결국 고민만 하다가 밤이 깊어졌다. 보험 분석 앱에 떠 있는 내 점수는 여전히 어중간하다. 이대로 둘지, 아니면 내일이라도 다시 연락해서 진행할지 아직은 마음을 못 정했다. 어차피 보험이라는 게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비 앞에서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보험사가 하는 말도, 설계사가 하는 말도 결국은 다 본인들의 입장이라는 걸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뭐라도 하나 해결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숙제만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다. 내일 출근해서 다시 한번 서류를 들여다볼지, 아니면 그냥 잊고 살지 고민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인생이 계획대로 안 되는 것처럼 보험도 완벽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댓글 4
  • 앱으로 보는 게 편하긴 하지만, 막상 상품명 들으니까 좀 불안한 마음이 드네요.

  • 건강검진 결과 얘기 들으면서, 그때 이비인후과 갔던 게 기억이 안 날 것 같아서 좀 걱정되네요.

  • 건강검진 결과 얘기하면서 설계사님 조언이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땐 자꾸만 문제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보험 목록을 보니, 옛날 보험들 좀 많이 있네요. 요즘은 이런 거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아서 더 복잡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