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건강보험을 새로 알아보게 된 계기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특히 주변에서 누구는 위 용종을 뗐다느니, 누구는 갑자기 쓸개 수술을 했다느니 하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한다. 기존에 갖고 있던 건 아주 옛날에 부모님이 가입해 주신 기본적인 실손보험 하나뿐이라, 이번 기회에 뇌나 심장 쪽 보장을 조금 더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다들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가입한다기에 나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좀 해봤다. 마침 건강 상태나 걸음걸이 연동에 따라 보험료를 깎아준다는 ‘KB다이렉트 핏테크 건강보험’이라는 상품이 눈에 띄었다. 건강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니 솔깃한 마음에 혼자 스마트폰을 붙잡고 가입 화면을 켜 보았다.
설계사를 통했던 예전 기억과 다이렉트 가입의 차이점
예전에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엄마 아는 이모를 통해서 종신보험 비슷한 것을 가입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설계사분이 집 앞 카페로 찾아와서 서류를 보여주며 짚어주는 곳에 서명만 하면 끝났었다. 매달 나가는 돈이 다소 비싸게 느껴지긴 했어도 내가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도한 다이렉트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보장 항목과 한도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구조였다. 확실히 설계사 수수료가 빠져서 그런지 초기 화면에 뜨는 기본 보험료 자체는 저렴해 보였다. 하지만 화면 가득 나오는 복잡한 담보명과 특약 설명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니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혼자 할 만한 일인가 싶기도 했다.
걸음 수 연동과 건강 등급 확인 과정에서 마주한 먹통 현상
가장 큰 짜증은 건강 정보 연동 단계에서 찾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 결과를 불러와서 내 건강 등급을 확인해야 할인이 적용된다는데, 이게 생각만큼 매끄럽게 넘어가지 않았다. 간편인증을 하려고 카카오톡 인증을 누르면 화면이 하얗게 멈춰 서기 일쑤였고, 간신히 인증을 완료하고 원래 가입 앱으로 돌아왔을 때는 세션이 만료되었다며 처음부터 다시 인적 사항을 입력하라는 팝업창이 떴다. 이 본인인증과 데이터 연동 과정에서만 거의 40분 가까이 스마트폰 화면을 노려보며 끙끙댔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할인을 안 받고 가입할까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데이터 연동에 성공하긴 했는데, 작년 검진 때 혈압 수치가 약간 높게 나왔던 탓인지 광고에서 보던 최고 등급 할인은 나오지 않아서 기분이 묘하게 상했다.
뇌혈관질환과 허혈성심장질환 특약 선택의 혼란스러움
가입 과정에서 2대질병 보장을 설계하는 단계에 진입했을 때 또 한 번 선택 장애가 왔다. 뇌혈관질환종류와 허혈성심장질환을 어디까지 선택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화면에는 뇌출혈, 뇌졸중, 뇌혈관질환 등 비슷비슷한 용어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는데, 각각의 보장 범위 차이에 대한 설명이 너무 약식으로만 쓰여 있었다. 결국 가입 화면을 켜둔 채로 다른 포털 사이트를 켜서 블로그며 카페를 한참 검색해 보고 나서야 뇌혈관질환이 뇌졸중보다 보장 범위가 넓다는 사실을 겨우 이해했다. 하지만 보장 한도를 늘릴 때마다 아래쪽에 표시되는 월 보험료가 몇 천 원씩 쑥쑥 올라가는 걸 보니 손이 쉽게 가질 않았다. 결국 적당히 중간쯤 되는 금액으로 타협해서 체크하긴 했는데, 이게 실제로 나중에 아플 때 도움이 되는 금액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월 4만 원대 납입금 결제와 가입 완료 후의 찜찜한 기분
온갖 약관 동의와 스크롤 압박을 버텨내며 가입을 마쳤을 때 최종 책정된 보험료는 월 42,600원이었다. 처음에 ‘최대 25% 저렴하다’는 문구를 보고 들어왔던 터라 그런지 할인폭이 생각보다 적게 느껴져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가입 완료 문자를 받고 나니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제대로 가입한 게 맞는지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나중에 정말로 아파서 청구할 일이 생겼을 때 ‘이 특약은 제외 대상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어렴풋이 남는다. 게다가 매달 건강 관리 앱에 접속해서 걸음 수를 인증해야 이 조건이 유지된다는데, 매일 스마트폰 들여다보며 신경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귀찮은 마음이 앞선다.
데이터 연동 진짜 힘들었어요. 앱을 계속 켜놓고 있었는데, 혈압 수치가 조금 높아서 할인도 안 해주길래… 답답하네요.
혈압 수치가 조금 높게 나온 거 보니, 나도 그런 적 한 번쯤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