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정말 별생각 없이 핸드폰 앱을 뒤적이다가 가입해 둔 보험들을 하나씩 눌러봤다. 굿리치 같은 앱을 깔아놓은 지는 꽤 됐는데, 그동안은 귀찮기도 하고 괜히 들여다봤다가 머리만 복잡해질까 봐 모른 척하고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는 왜 그랬는지 왠지 모르게 좀 꼼꼼히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매달 통장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금액이 15만 원 정도인데, 이걸 1년으로 따져보면 180만 원이고 10년이면 거의 2천만 원 가까이 된다는 계산이 머릿속에 스치니까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
무조건 다 해지하고 싶었던 충동
앱을 켜고 내가 들고 있는 종합보험 내용을 하나씩 읽어보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상해후유장해는 뭐고, 왜 이렇게 특약은 자잘하게 많이 붙어 있는지. 이게 진짜 나중에 사고가 났을 때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실비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들긴 했는데, 내가 지금 내고 있는 이 돈이 과연 적절한 건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휘둘려서 불필요한 것까지 몽땅 가입해버린 건 아닌지 불안함이 앞섰다. 인터넷 보험 가입이 대세라는데 나만 너무 어렵게 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결국 보험설계사에게 연락을 해볼까 고민하다
지인 중에 보험업을 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왠지 연락을 하면 자꾸 이것저것 더 권유할 것 같아서 며칠째 망설이고만 있다. 사실 내 보험진단을 받아보려면 지금 상황을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데, 왠지 내 경제 상황을 낱낱이 들키는 것 같아 찝찝한 기분도 든다. 예전에 잠깐 상담을 받았을 때는 나한테 맞지도 않는 상품을 자꾸 좋다고 추천해서 불쾌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번에는 그냥 혼자 다 해지하고 새로 인터넷으로 실비만 저렴하게 다시 굴릴까 싶기도 한데, 막상 그렇게 하려니 혹시 나중에 병원 갈 일이 생길 때 혜택을 못 받으면 어쩌나 겁이 나는 게 사실이다.
뇌 건강 검사까지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암 보험뿐만 아니라 뇌 건강 예방이나 진단 관련한 상품들도 많이 챙기던데,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벅차다. 예전에는 그냥 다치면 보상받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서비스까지 따져봐야 한다니 보험 하나 유지하는 것도 이제는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 된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그냥 보험료만 잘 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내가 가입한 상품이 어떤 식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늙어가고 있다는 게 조금 서글퍼진다.
일단은 조금 더 알아보기로
결국 어제 앱을 끄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무작정 해지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일단 내가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역을 하나씩 검색해보기로 했다. 10년 넘게 보험료를 냈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보험금 청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더 아깝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다행인 건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돈 나갈 때는 아까워하고 안 나가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오늘 밤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좀 더 훑어볼 생각이다. 물론 이것도 며칠 지나면 또 귀찮아서 내버려 두겠지만, 일단은 이 찝찝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싶어서 끄적여 본다.
저도 10년 넘게 보험료를 냈는데, 보장내역을 자세히 보니 제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어서 공감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