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마주한 현실
지난번 일본 여행을 준비할 때 일이다. 항공권 끊고 숙소 예약하고 나니 이미 진이 다 빠져서 정작 중요한 보험은 뒷전이었다. 요즘은 클릭 몇 번이면 가입된다고 해서 아주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약관을 들여다보니 무슨 말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한 3만 원 정도 내면 되겠거니 했는데 보장 범위가 천차만별이라 1만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 가격 비교를 하다가 결국 머리가 아파져서 적당히 중간 가격대인 상품으로 가입했다. 그게 마이뱅크였나, 아니면 다른 곳이었나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그냥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이 포함된 트래블카드를 만들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환전까지 다 마친 상태라 귀찮아서 관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따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날씨 때문에 가슴 철렁했던 기억
여행지에서 갑작스러운 태풍이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뉴스를 보면 비행기가 결항되거나 공항으로 가는 길이 막혀서 고립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내가 가입한 여행자보험이 그런 상황까지 다 커버해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예전에 일본 폭우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누군가는 여행 중단 보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막상 상세 내용을 보면 항공권만 겨우 되는 경우도 있고 숙박비는 포함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이 참 모호하다. 이번에 푸꾸옥이나 라오스 쪽 여행 알아보면서도 보험 관련 질문들을 좀 찾아봤는데, 결국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이게 쓸모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 참 찝찝하다.
도대체 무엇을 보장받는 것인가
보험 가입할 때 나오는 ‘해외여행 중 상해’라거나 ‘휴대품 손해’ 같은 항목들도 막상 닥치면 골치 아픈 일들이 많다. 예전에 친구가 해외에서 캐리어가 파손됐을 때 영수증 챙기고 현지 경찰서 가서 확인서 받고 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거의 서류 한 뭉치를 만들어야 하더라. 그 노력을 생각하면 소소한 물건이 망가졌을 때 그냥 내 돈으로 새로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은 휴대품 보장 항목을 굳이 비싸게 설정하지 않게 된다. 정작 필요할 때는 증빙 서류 준비하다가 지치니까 말이다.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 다행인 건지
사실 여행자보험이라는 게 크게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냥 버리는 돈 같기도 하고, 반대로 없으면 불안해서 안 들고 갈 수도 없는 참 애매한 존재다. 정읍에서 학생들이 해외탐방 갔다가 지진 만나도 무사히 돌아왔다는 기사를 볼 때면, 보험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여행지의 안전 상황과 개인의 대처 능력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막상 비행기 타기 2시간 전, 인천공항 검색대 통과하기 직전에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가입 버튼을 누를 때는 마음 한구석이 조금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보험사의 마케팅에 내가 휘둘리는 건지, 아니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번 중국 상하이나 싱가포르 여행 준비할 때도 결국 또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겠지. 아마 다음에도 가입할 때마다 ‘이거 정말 보상받을 수 있는 거 맞나’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안 들고 가면 왠지 불안해서 또 결제창을 누르게 될 것 같다.
푸꾸옥 여행 알아보면서 보험 비교해본 것도 비슷한 경험이네요. 약관 때문에 진짜 답답하더라구요.
항공권 예약하고 나서 보험 생각하는 건 정말 공감돼요. 약관 때문에 머리 터질 뻔한 경험, 저도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