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증권 열어보다가 덜컥 겁이 나서 시작한 일

보험 증권 열어보다가 덜컥 겁이 나서 시작한 일

서랍 구석에서 나온 낡은 보험 증권들

주말에 방 정리를 하다가 예전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예전 보험 증권들을 발견했다. 대충 들어두면 나중에 알아서 해결되겠지 싶어 서너 개쯤 가입해뒀던 것들인데, 막상 다시 펼쳐보니 이게 뭘 보장해준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예전에는 설계사분이 알아서 잘 짜주셨겠거니 했는데, 요즘은 마이데이터니 뭐니 해서 다들 직접 조회해보고 비교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주변에서 수술비 특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내 보험에도 그런 게 있는지 확인해보려는데 도대체 약관이라는 게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수술비 특약이라는 게 도대체 뭐라고

주변 친구들은 질병수술비니 119대 질병수술비니 하면서 무슨 게임 아이템 리스트처럼 줄줄 읊던데, 내가 가입한 건 달랑 ‘상해사망’이나 ‘암 진단비’ 같은 것들 위주였다. 요즘은 그냥 MRI 검사비나 신경차단술치료비 같은 것들도 특약으로 넣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번에 살짝 다쳐서 창상봉합술을 받았을 때도 이게 보험 처리가 되나 싶어 고민하다가 그냥 넘어갔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조금만 알아봤어도 꽤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보험료만 매달 10만 원 넘게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나중에 막상 필요할 때 못 써먹는 건 아닐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상담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는 시간

한번은 마음먹고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해봤는데, 상담원분이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해주는데도 무슨 말인지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질 않았다. 10년 납입인지 20년 납입인지, 90세 만기인지 100세 만기인지조차 헷갈리는 상태에서 상담을 하려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었다. 괜히 말 잘못했다가 보험료만 더 오르는 거 아닌가 싶어 섣불리 결정도 못 하겠고 말이다. 건강보험료 계산기라도 돌려보면서 내가 지금 적당한 수준의 대비를 하고 있는 건지 가늠해보고 싶은데, 이것도 입력할 게 너무 많아서 중간에 그냥 닫아버리고 말았다.

그냥 그대로 둬야 할지, 다시 뒤집어야 할지

사실 제일 답답한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손해 보는 것도 싫지만, 그렇다고 이걸 다 해지하고 새로 짜는 게 더 무서운 상태라는 점이다. 지금 들어놓은 건 예전 보험이라 혜택이 좋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 해지하면 나중에 다시 가입할 때 보험료가 훨씬 비싸질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이 상태로 둬도 괜찮을지, 아니면 누구 말대로 수술비 특약을 좀 추가하는 쪽으로 손을 봐야 할지 결론이 나질 않는다. 그냥 서랍 속에 다시 넣어두고 모른 척하고 싶은 마음이 반, 그래도 내 건강이랑 직결된 문제인데 이번엔 제대로 공부 좀 해볼까 하는 마음이 반이다.

끝내 풀리지 않은 찜찜함

결국 보험 증권을 다시 원래대로 정리해서 넣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해결한 건 없는데, 왠지 모르게 기운이 다 빠졌다. 등산하다가 삐끗해서 깁스라도 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 필요할 것 같기는 한데,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막연하게 불안해하기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보험이라는 게 참 그렇다. 내 돈 내고 내가 가입해놓고도, 정작 내 손에 쥐어진 건 알 수 없는 약관뿐이라니. 아마 다음 주쯤 되면 다시 이 고민을 까맣게 잊고 살겠지만, 어쨌든 오늘 밤은 왠지 모르게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