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랍 깊숙이 잊고 지냈던 종이 뭉치들
주말에 방 청소를 하다가 침대 밑 서랍 구석에서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5년 전인가, 사회 초년생 시절에 지인 소개로 가입했던 보험 증권들이었다. 당시에는 이게 다 노후 대비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서 별 고민 없이 사인했던 것 같은데, 다시 펼쳐보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지금은 매달 통장에서 15만 원 정도가 꼬박꼬박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만 희미하게 알고 있을 뿐이다. 그 돈이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막상 큰 병이 생겼을 때 보장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게 새삼 불안하게 다가왔다.
보험 비교 사이트의 늪에 빠지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보험 비교 사이트 순위’를 검색했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광고와 화려한 배너들이 정신없다. 내 보험을 진단해 준다며 생년월일과 연락처를 입력하라는 곳들이 태반이라 몇 군데 눌러봤는데, 입력을 마치자마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친절한 목소리였지만, 내 기존 보험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당장 해지하고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논조가 강했다. 확실히 내 보험이 옛날 상품이라 요즘 나오는 뇌질환이나 암 특약들에 비해 보장 범위가 좁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무작정 새로 가입하는 게 맞는 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보험 리모델링, 과연 효율적인가
주변 친구들은 벌써 두세 번씩 보험 리모델링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고등학교 동창 중 하나가 갑자기 암 진단을 받고 고생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들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나도 며칠 동안 밤마다 유튜브에서 ‘돈쭐남’ 같은 전문가들 영상을 찾아봤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필요한 특약을 걷어내고 실비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라고 말한다. 맞는 말 같기는 한데, 막상 내 증권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보려니 머리가 아프다. 어떤 건 20년 납입이고 어떤 건 30년 납입이라 납기일도 제각각이다. 이걸 다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보험료는 줄어들겠지만, 나중에 늙어서는 오히려 보장이 부족해지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이 발목을 잡는다.
무조건적인 해지가 능사는 아니더라
며칠 전에는 직접 보험사 고객센터 앱인 ‘머니버스’ 같은 플랫폼을 열어서 내 자산 현황을 쭉 훑어봤다. 부동산이랑 차량 정보까지 다 연결되어 있으니 꽤 그럴싸해 보이긴 한다. 그런데 막상 보장 분석 버튼을 눌러보니 ‘중복 가입 가능성 있음’이라는 문구만 뜰 뿐이다. 중복인지, 아니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결국 내 눈으로 직접 약관을 읽어야 하는데, 보험사에서 보내주는 두꺼운 약관집은 여전히 읽기가 싫다. 10년 넘게 유지해온 보험을 해지하자니 그동안 낸 돈이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매달 나가는 15만 원이 아까운 애매한 상태다.
일단은 조금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
결국 이번 주말에도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무조건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가만히 두자니 그것도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동창의 병원비를 보면서 보험은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지만, 상품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크다. 내일 다시 출근해서 점심시간에 보험 점검 센터에나 한번 가볼까 싶다가도, 또 상담사들의 영업 공세에 휘둘릴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일단 지금은 서랍 속에 굴러다니던 증권들을 다시 봉투에 담아두었다. 내일은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볼 수 있을까.
엑셀 파일로 정리하는 거 보니 정말 복잡하네요. 저는 오히려 지금 제 할 수 있는 게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엑셀로 정리하려는 시도, 정말 공감해요. 제가 얼마 전에 비슷한 경험을 해서 증권 종류별로 엑셀 정리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는 걸 알았거든요.
엑셀 정리하다 머리 아프네요. 5년 전에는 맹신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좀 복잡하네요.
5년 전 증권 상태 보니, 지금 매달 빠지는 돈 생각하면 좀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