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어플 지우다가 발견한 예전 보험 내역들

보험 어플 지우다가 발견한 예전 보험 내역들

정리되지 않은 보험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갑자기 든 생각인데, 보험이라는 게 참 묘하다. 가입할 때는 무슨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꼼꼼하게 따져보고 서명했는데, 정작 시간이 지나면 내가 뭘 들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진다. 오늘 아침에 휴대폰 용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떠서 이것저것 지우다가 예전에 깔아뒀던 보험 앱들이 눈에 띄었다. 서너 개쯤 되려나. 무슨 다이렉트 보험 확인한다고 깔아두고는, 막상 가입은 다른 경로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다 지우려다가 문득 ‘내 보험 다 보여준다’는 기능이 생각나서 눌러봤는데, 진짜 생각지도 못한 보험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5년 전인가, 사회 초년생 때 주변 권유로 어영부영 가입했던 암 보험이 아직도 살아있었다. 매달 3만 5천 원씩 나가고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게 나가는 돈인지도 모를 만큼 소액이라 그랬나 싶기도 하고, 참 무신경했다 싶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

사실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보험료 비교부터 가입까지 다 되는 세상이다. 나도 얼마 전에 차 보험을 다이렉트로 바꾸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막상 내 전체적인 보장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려니 인터넷 정보들이 오히려 독이 되는 기분이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는 ‘가성비’ 따지면서 무조건 이게 좋다 저게 좋다 떠드는데, 정작 내 상황에 맞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더라. 내가 가입한 보험 중에는 한화생명도 있고,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소규모 생명보험사도 섞여 있는데, 이게 도대체 서로 겹치는 건지 아니면 어디 하나 비어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보험점검센터 같은 곳에 전화를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왠지 전화하면 또 새로운 상품 가입하라고 영업할 것 같아서 관뒀다. 결국 그냥 혼자 내역서 띄워놓고 엑셀에 적어보는데, 그것도 한두 줄 적다가 귀찮아져서 덮어버렸다.

보험금 청구 서류 준비하다 겪은 황당한 기억

작년에 가벼운 찰과상으로 병원을 갔을 때, 보험금 청구하려고 서류 준비하다가 정말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한화생명 보험금청구서류를 준비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이게 진단서가 필요한 건지 통원 확인서만 있으면 되는 건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결국 고객센터에 세 번 넘게 통화했는데, 상담원마다 말이 조금씩 달랐다. 결국 나중에는 그냥 귀찮아서 더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포기할까 하다가, 억울한 마음에 바득바득 서류 다 떼서 제출했다. 나중에 입금된 돈이 고작 몇 만 원이었는데, 그 서류 준비하느라 반차 쓰고 병원 왔다 갔다 했던 비용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때 느꼈다. 보험은 가입하는 것보다, 나중에 돈 돌려받는 과정이 훨씬 더 진 빠지는 일이라는 걸.

무작정 해지하기에는 찝찝함이 남아서

지금 매달 나가는 보험료를 다 합쳐보니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20대 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계산해보니 이게 1년이면 240만 원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래서 몇 개는 좀 정리해볼까 싶은데, 막상 해지하려고 버튼 근처에 가면 마음이 찜찜하다. 예전에 어디서 듣기로는 ‘보험은 중간에 깨면 손해’라는 말이 세뇌처럼 박혀있어서 그런 것 같다. 특히나 예전에 들었던 상품들은 요즘 나오는 것보다 보장 범위는 좁아도 납입 기간이 이미 많이 지나서, 지금 해지하면 나중에 병원 갈 일 생겼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남들은 무슨 앱 하나로 척척 관리한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하나 결정하는 게 어려운 건지. 오늘도 그냥 내역만 들여다보다가 앱 끄고 잤다.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은 걸지도

주변 친구들은 최근에 다들 보험 리모델링한다고 법석이다. 누구는 얼마를 아꼈다, 누구는 어디 보험이 좋다 하길래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내가 직접 해보려고 하면, 이게 맞나 싶다. 오늘 운세를 봤는데, 고정 비용을 재검토하면 새어나감을 막을 수 있다고 하더라. 어쩌면 보험도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또 지금 당장 딱히 나쁜 점도 없는데, 괜히 건드렸다가 더 안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건 아닐까 무섭기도 하고. 결론은 오늘도 제자리걸음이다. 정리는 내일이나 모레쯤, 시간이 정말 많이 남을 때 다시 해볼 생각이다. 물론, 그때도 똑같은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댓글 2
  • 어휴, 보험 앱 지우다가 옛날 보험 찾으시는 거 정말 공감돼요. 꼼꼼히 확인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게 많다는 게 문제더라고요.

  • 이런 비슷한 경험 한 적 있네요. 제가 몇 년 전에 보험을 알아볼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