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계약 하나 넣고 시작했다가 수수료 환수 걱정만 늘어난 기록

지인 계약 하나 넣고 시작했다가 수수료 환수 걱정만 늘어난 기록

지인의 세미나 권유로 얼떨결에 방문했던 여의도 지사

시작은 정말 사소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깐 쉬고 있을 때, 예전에 알던 건너건너 지인이 요즘 자기가 다니는 외국계보험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밥이나 한 끼 먹자고 연락을 해왔다. 여의도 IFC 빌딩 근처에 있는 메트라이프생명 지사였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요즘 트렌드나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사무실이 엄청 깔끔했고, 다들 정장을 빼입고 에너제틱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묘하게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국내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같은 곳은 왠지 모르게 아주머니 설계사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여기는 젊은 남녀 직원들이 태블릿을 들고 바쁘게 토론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지인은 나에게 재택알바나 부업 개념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자격증만 따두어도 나중에 본인 보험 분석할 때 도움이 된다며 은근히 교육 과정을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솔직히 그때는 그 말이 되게 그럴싸하게 들렸다. 어차피 노는 시간에 자격증 하나 더 따두는 게 나쁠 건 없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주말마다 카페에서 붙들고 있었던 변액보험 시험 공부

하지만 생명보험 설계사 시험을 통과하고 나서 바로 마주한 변액보험 판매 자격시험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시험 응시료는 당시 3만 원 정도로 얼마 안 했던 것 같은데, 서울 중구 을지로 근처에 있는 시험장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냥 기출문제 몇 번 풀면 붙는 수준일 줄 알았는데 금융 기초 상식부터 주식, 채권, 펀드 구조까지 외워야 할 용어가 꽤 많았다.

퇴근 후나 주말에 동네 투썸플레이스에 처박혀서 거의 3주 동안 예상 문제집을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이 먹고 오랜만에 시험 공부를 하려니 머리가 굳었는지 숫자가 들어간 공식들은 자꾸 헷갈렸다. 첫 시험에서는 어이없게 과락으로 떨어졌고, 자존심이 상해서 오기로 두 번째 시험을 접수하고 나서야 겨우 합격 턱걸이를 했다. 합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는 무슨 대단한 고시라도 패스한 것처럼 뿌듯했지만, 사실 그건 진짜 복잡한 일들의 아주 미미한 시작에 불과했다.

계약 하나 체결하고 나서야 알게 된 2달 미납 환수 규정

자격증을 따고 나니 지사에서는 은근히 실적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먼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을 돌리게 되었고, 결국 사촌 동생 한 명이 형 얼굴을 봐서 변액유니버셜 상품을 하나 가입해 주었다. 첫 달 보험료가 빠져나가고 나에게 몇십만 원 정도의 보험 수수료가 찍혔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짭짤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진짜 골치 아픈 일은 그 뒤에 터졌다. 몇 달 뒤 사촌 동생이 직장을 옮기면서 일시적으로 잔고 관리가 안 됐는지 보험료 이체가 안 되었다는 연락을 지점 총무에게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점장이 나를 부르더니 고객이 두 달 이상 연속으로 보험료를 미납하면 내가 받았던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회사에 도로 뱉어내야 하는 ‘환수 규정’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2달 미납 환수였다. 그 순간 머리가 띵했다. 이미 받은 돈은 요긴하게 써버렸는데, 갑자기 몇십만 원을 도로 내놓으라니 억울하기도 하고 사촌 동생한테 돈 빨리 넣으라고 매달려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 구차하게 느껴졌다. 결국 내 돈으로 대신 한 달 치를 이체해 주며 겨우 땜질을 했지만, 매달 이체일만 되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수수료율이 더 높다던 법인보험대리점 이직의 유혹과 현실

그렇게 매달 환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때, 다른 동료가 차라리 특정 외국계보험사에 묶여 있지 말고 여러 회사 상품을 다 다룰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옮겨보자고 제안했다. GA로 가면 수수료 테이블도 더 다양하고, 고객 맞춤형으로 국내외 상품을 비교해서 팔 수 있으니 계약 따기가 훨씬 쉬울 거라고 했다.

실제로 솔깃해서 몇 군데 GA 상담신청도 해보고 미팅도 가져봤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수수료율 뒤에는 훨씬 더 촘촘하고 무서운 환수 조건이 걸려 있었다. 어떤 곳은 계약 유지 기간이 1년이 넘어도 중도 해지되면 수수료를 100% 토해내야 하는 조항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이 계약자 대신 청약서에 서명했다가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려와서, 겁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은 괜히 잘못 발을 들였다가 빚만 지고 나오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리점이라고 해서 덜 빡빡한 것은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시스템이 더 파편화되어 있어 문제가 터졌을 때 개인이 독박을 쓰기 딱 좋은 구조처럼 보였다.

결국은 발을 뺐지만 가끔씩 날아오는 안내장을 볼 때의 찝찝함

결국 나는 몇 달 동안 스트레스만 받다가 조용히 위촉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 업계를 떠났다. 지인 계약 몇 개 받아놓은 것은 다른 관리 설계사에게 이관되었다. 이제는 신경 꺼도 되겠지 싶었는데, 아직도 가끔씩 예전 메트라이프에서 보냈던 우편물이나 문자 안내를 받으면 가슴 한구석이 찝찝해진다.

만약 사촌 동생이 지금이라도 그 보험을 해약하면, 해약환급금 예시표대로 돈을 돌려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나한테 또 미세하게 수수료 환수 고지서가 날아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든다. 탈퇴할 때 서류를 대충 사인하고 나와서 정확한 소멸 시효나 환수 면제 기준을 아직도 100%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들은 부업으로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한다는데, 나는 왜 굳이 그 머리 아픈 변액 시험까지 봐가면서 사서 고생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미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도 길거리에서 보험대리점 간판이나 컨설턴트 모집 현수막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된다.

댓글 2
  • 정말 공감되네요. 계약 조건 확인하다가 깜짝 놀라는 분들이 많던데, 사실 제가 비슷한 경험 때문에 좀 망설였던 이유도 있었거든요.

  • 이거 완전 공감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 수수료 때문에 걱정했던 마음이랑 똑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