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그만두고 나서 해촉증명서 한 장 받으려고 전화기를 몇 번이나 붙잡았는지 모른다

보험사 그만두고 나서 해촉증명서 한 장 받으려고 전화기를 몇 번이나 붙잡았는지 모른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던 보험대리점 등록과 생각보다 복잡했던 첫 단추

몇 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잠깐 쉬는 동안, 아는 선배가 자기 밑에서 N잡으로 보험 설계나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교육만 들어도 기본 수당이 나오고 자기 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 보험증권 분석해주면서 소소하게 용돈벌이나 하라는 말에 귀가 얇아졌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험을 보고 메가보험이라는 꽤 규모가 큰 법인보험대리점(GA)에 등록하게 되었다.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내가 엄청난 영업왕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여러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상품을 다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내 보험증권 분석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남의 보장을 설계해 준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공부해야 할 양도 너무 많았고 매달 새로 나오는 특약이며 개정되는 약관을 쫓아가기가 버거웠다. 결국 지인 영업도 제대로 시작해보기 전에 내 적성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서서히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렇게 대리점 구석에 내 서류만 남겨둔 채 한동안 그 일을 잊고 지냈다.

대형 법인보험대리점과 원수사 전속 설계사 사이의 애매한 차이점

처음에 등록할 때는 메가보험 같은 대형 GA가 흥국화재나 메트라이프생명 같은 일반 원수사 전속 설계사보다 상품 선택권도 넓고 자유롭다고 해서 들어간 거였다. 확실히 특정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나처럼 흐지부지 일을 안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사후 처리가 더 번거로웠다. 전속 설계사들은 본사 시스템이 명확해서 그만둘 때 퇴사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편이라는데, 대리점은 지점장의 권한이 너무 크거나 지점 내부 행정 처리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지에이코리아 같은 대형 대리점 순위에 들어가는 곳들도 시스템은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일을 안 한 지 6개월이 넘어가는데도 내 위촉 상태는 여전히 해지되지 않고 ‘활동 중’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설계사 한 명이라도 더 보유하고 있는 것이 리쿠르팅 실적이나 규모 면에서 유리해서 일부러 해촉 처리를 미루는 건가 싶은 의심마저 들었다. 귀찮아서 그냥 놔둔 게 나중에 어떤 귀찮은 결과로 돌아올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보고 나서야 부랴부랴 알아본 해촉증명서 발급 절차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지역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소득도 없는데 건강보험료가 매달 13만 원 돈이 청구된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내가 아직 보험대리점에 소속되어 있어서 해촉 처리가 안 되어 있고 사업소득이 있는 것으로 잡혀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실제로는 수입이 전혀 없는데 서류상으로 위촉이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보험료가 부과가 된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회사에서 해촉증명서를 받아서 공단에 제출해야 소급 적용을 해준다고 했다.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져서 옛날에 일했던 대리점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미 연락을 안 한 지 반년이 넘은 사이라 그런지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카톡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 상황이 며칠간 지속되었다. 일할 때는 그렇게 매일 연락하더니 그만두고 나니 완전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기분이라 씁쓸했다.

팩스 전송 오류와 지점 담당자의 미온적인 태도로 지체된 시간

결국 수원 영통구에 있는 지점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총무라는 직원은 내 이름을 조회해 보더니, 해촉 처리를 하려면 지점장의 결재가 있어야 하고 본사 승인까지 가려면 꼬박 2주일의 대기 시간이 걸린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당장 다음 달 보험료 고지서가 또 나올 판인데 2주나 걸린다는 소리에 속이 탔지만 별수 없었다. 전속 설계사라면 본사 콜센터나 홈페이지에서 쉽게 신청할 수도 있었을 텐데, GA는 이런 행정 처리가 지점을 거쳐야 해서 너무 답답했다.

약속한 2주 뒤에 겨우 처리가 되었다고 해서 팩스로 해촉증명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팩스가 계속 전송 오류가 났다. 공단 팩스 번호로 바로 넣어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자기네 시스템 문제인지 뭔지 자꾸 안 간다고 하더라. 결국 내가 직접 이메일로 PDF 파일을 받아서 모바일 팩스 앱을 설치해 몇 번을 시도한 끝에야 공단에 서류를 접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연차를 내고 전화를 수십 통 돌리며 낭비한 시간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정말 화가 치밀었다.

서류 제출 완료 후에도 여전히 남은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불안감

우여곡절 끝에 건강보험료는 다시 원래대로 조정되었고, 더 이상 추가 금액을 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찝찝하다. 내가 그 대리점에 등록할 때 제출했던 주민등록등본, 초본, 통장 사본 같은 개인정보들이 과연 안전하게 폐기되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리점들의 개인정보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뉴스나 정보 유출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비록 그만두는 과정에서 해촉증명서 한 장 받아내긴 했지만, 내 서류들이 그 대리점 구석 책상이나 서버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아는 사람이 권하더라도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덜컥 내 이름과 서류를 올려서 코드를 나오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뼈저리게 다짐했다. 여전히 국민건강보험 앱을 켜서 혹시나 다시 보험료가 변동되지는 않았는지 가끔씩 들여다보는 피곤한 버릇이 생겼다.

댓글 1
  • 해촉증명서 받으려고 전화기를 붙잡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특히 본사 승인까지 2주일이나 걸린다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